#32 출조작심
이번 주말에 낚시 가기로 했다.
지난주말은 설 연휴였고, 이번 주말을 또 쉬기는 좀 그렇지만
얼마 전부터 낚시를 못 가서 몸이 근질근질 하던 차였다.
따지고 보니 지난 1/22일 다녀왔으니 무려 2주를 넘기고 3주째가 되는 구나.
지금은 겨울이라 조금 기간이 늘어졌지만, 내게는 보통 2주가 기준이 되는 것 같다.
틈틈이 한강이라도 가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요즘은 찬바람과 얼음 속에서 낚시하기가
수월하지 않다. 벌써 나의 얼굴은 동상으로 간간히 상해 있다.
언젠가 같이 간 동생이 하루 동안의 겨울낚시를 마치고 나서 내게 말했다.
이건 낚시가 아니고 무슨 극한기 훈련 다녀오는 것 같다고.....
그도 그럴 것이 난 항상 점심도 대강 먹고 줄기차게 낚시만 하다 오니까....
그래도 난, 올 겨울 마지막 출조를 하기로 했다.
이번 출조가 끝나면 3월부터는 틈틈이 한강도 가고, 못 가본 구석 구석을 다니며
낯선 친구들 얼굴 보러 다닐 수 있을 것이다.
아차 장소를 말 안 했구나,
지난번 저수지 출조로 올 겨울에는 안 가리라고 다짐했건만
또 혼자 허물어 져서 겨울이 가기 전에 마지막 저수지 송어낚시를 가기로 했다.
겨울임에도 부지런히 낚시를 다녔건만 최근 한 두달간 고기 얼굴 본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그게 아쉬웠던 탓인지 그나마 손쉬운 저수지 송어낚시를 가기로 맘을 고쳐 먹었다.
물론 이제 겨울시즌의 막바지라,
낚시터 주인들은 저수지에 더 이상 송어를 넣지 않고,
릴리즈하고 있는 곳도 이제 송어들은 몇 번의 생사를 넘나드는 학습 속에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져 있다.
어리숙한 나의 실력으로는 한 두마리 보면 잘 했다는 소리가 나올 것만 같다.
그래도 연습삼아 가 봐야겠다.
그나마 얼음이 얼지 않고, 송어가 있는 가까운 수도권 저수지를 고르기 위해
이번주 내내, PC통신과 인터넷을 뒤져 정보를 얻어야겠다.
낯선 곳이라면 어디가 포인트인지도 물어둬야 겠지?
혹시 물바지가 필요한지도 알아 둬야 겠군.
저녁에는 하루 날 잡아 거의 다 떨어져 가는 돌도 좀 묶어야 겠다.
(돌; "돌대가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 저수지 송어낚시용의 특별한 플라이 바늘,
생긴 건 단순하다, 길게 부르기 뭣해 난 그냥 "돌"이라고 줄여 부른다)
검은색도 묶고, 올리브색도 묶고, 요즘 유행한다는 흰색도 좀 묶어 두고,
"이노무"는 아직 여유가 있으니 놔두고, "에그"는 다 썼나?
새로 디자인한 "호빵맨"도 색깔을 바꿔 좀 더 묶고, 올해 좀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았던
비드바디의 소프트헤클 플라이도 묶어야 겠다.
(비드바디 소프트헤클 ; 이름이 복잡해 보이지만 플라이 바늘의 이름은 알고 보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대부분 없는 걸 만들어 내는 거라 많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이름이 길다.
유명한 훅은 만든 사람의 이름이 들어 있지만 몇 종류 안되니 외우면 되고,
요즘 것은 재료와 색깔 혹은 처리 방법을 쭈욱 기술하는 형태이니 그냥 이름 그대로 이해해면 된다.
비드는 구슬이니 구슬로 몸통을 만들고 소프트 즉 부드러운 새털로 감은 훅이다 라구 해석된다.
물론 구슬을 얼만큼 썼나, 부드러운 새털은 무슨 색인지 어디다 감았는지는 실물을 보는 게 낫다)
낚시대도 좀 닦아두고, 라인에도 기름을 좀 먹여서 부드럽고 잘 미끄러지게 해둬야 겠다.
새로 사둔 6번 라인을 릴에 감아 볼까 아니면 그건 여름시즌을 위해 아껴 두고,
그냥 낡은 줄을 그대로 쓸까 고민도 좀 해봐야 겠다.
아! 그보다 고장난 좌측 깜빡이를 고쳐 둬야 차를 끌고 가겠군.....
붉은 색 마커는 떨어지지 않았나? 티펫은 1.5호 줄을 다 쓴 것 같은데 1호 줄로 그냥 쓸까?,
점심시간에 남대문을 들러 미리 좀 사둬야 겠군.
이번엔 홈페이지 게시판에 알렸는데, 혹시 다른 분들 뵙게 되면 금방 뽀록날 실력이지만
안하던 캐스팅 연습이라도 좀 해둬야 되지 않을까?
한 번의 출조를 위해 남은 3일 동안 준비할 게 뭐 그렇게 많은지.....
평소에 게을러 미뤄 둔 탓이겠지만,
지금은 그것들이 하나도 귀찮지 않다. 오히려 즐거울 뿐.......
밥 먹고 사는 일을 그렇게 함 해봐라. 문디 마르코야.....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한편 이해도 된다. 그게 사람인 것을.....
비록 준비에 공은 많이 들겠지만
늘 그렇듯 많은 걸 바라진 않는다.
이번 주말은 아내와 아기를 데려갈 수 있게
날씨나 따뜻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