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 빠가사리를 문 쏘가리
한 날 낚시를 갔다가,
점심을 먹자고 들린 식당에서 묘한 것을 보았다.
식당 수족관에 갇힌 쏘가리가 물고 있는 빠가사리.....
사람의 우화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다.
범에게 쫓기다가 낭떠러지에 굴러 떨어졌는데,
가까스로 나뭇가지에 옷자락이 걸려 매달렸다.
눈을 돌려보니 다 썩은 나무가지는 개미가 갉고 있고,
눈앞의 바위에는 독사 한 마리가 독을 품고 있다.
그런데 바위 옆의 벌집에는 한 방울의 꿀이 흘러 내린다.
사람은 잽싸게 떨어지는 꿀을 받아 입에 넣는다.
"아~ 열락의 기쁨....."
누구는 이 이야기를 가지고,
살벌한 현실 속에서도 아무 생각없이 욕망에 목매는 인간의 허무함을 꼬집기도 하고,
또 누구는 똥밭 속에서도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평상인의 모습을 꺼집어 내기도 하고,
또또 누구는 찰나의 순간에 이뤄지는 득도와 해탈의 모습으로 승화시키기도 한다.
이거하고 빠가사리를 물고 있는 쏘가리 이야기하고
잇자면 좀 억지긴 하지만, 어쩐지 이 우화가 떠 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숨막히는 비좁은 수족관 안에서 지느러미는 닳아 가고,
나날이 눈도 흐려 지고, 언제쯤 무정한 뜰채에 걸려 죽을지 모르는 처지이지만,
쏘가리는 배고프고 빠가사리는 먹을만 했다.
어쩌면 빠가사리가 이렇게 살 순 없다고 쏘가리에게 자살을 구걸 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이다.
배경이 다소 역설적이고 황당해 보여서 그렇지,
쏘가리는 빠가사리를 먹고 빠가사리는 가끔 먹힌다.
인간이 가둔 수족관 속에서도 두 녀석들은 여전히 자연 그대로 이다.
내일 죽을지 오늘 죽을지 모르지만 그런 내 알 바 아니고,
나는 여전히 나(我)라는
꿋꿋한 배짱도 돋보인다.
인간 저 혼자 지어내는 수많은 근심과 염려 속에서 순간순간을 허우적대는
인간인 나로서는 궁금할 따름이다.
날마다 맹공과 노장, 예수와 석가를 부여잡고, 닦고 공부하는 인간들도 어려운데,
도대체 저 녀석은 어떻게 저런 경지에 올랐지?
그게 그냥 그대로 자연인 것인가?
다시 들여 다 본 수족관에서는
입안 가득히 베어 문 쏘가리는 가쁜 숨을 내쉬고,
소화가 덜 된 빠가사리의 꼬리지느러미는 아직도 꿈틀인다.
거기서 다시 내가 떠오른 생각은
이걸 잡아서 끓이면 쏘가리 한 마리 값에
빠가와 쏘가리 매운탕 한 그릇....??
나도 뭐 거의 쏘가리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