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      부디 좋은 곳에 가기를....


 

출조 길에 도로에서 가끔씩 만나는 영구차와 영구버스,

약간은 불현듯한 우연의 만남에 잠시 나는 눈을 감는다.

부디 좋은 곳에 가시기를.....

 

뉘신지 알 수 없는 어느 분의 인생 끝가는 길 위에

영원히 식지 않을 듯 뜨끈한 열기로 낚시라는 쾌락을 즐기러 한바탕 같이 달리는 나는

달리 뾰족히 할 건 없고, 다만 명복을 빌 뿐이다.

운전 중이라면 약간 위험하기도 하지만

이젠 잽싸게 해치우는 데 익숙해졌다....-_-;

 

그리고 또 한가지의 경우가 더 있다.

새벽도로에서 만나는 선명한 핏자국.....

크기도 다양하다. 다람쥐만한 것도 있고, 고양이만한 것도 있고, 노루 만한 것도 있다.

그 역시 이름 모를 어느 분께서 짧은 인생을 마감하며 그려낸 길 위의 Death Mark.

'어엇!' 놀라는 척 하면서 잽싸게 핸들을 살짝 꺽었다 펴며 피해가는 재주만 부리던 때도

있었지만 요즘은 다시 잠시 눈을 감는다.

부디 좋은 곳에 가기를....

그리고 물론 나의 낚시 중에 돌아가시는 고기들에게도

부디 좋은 곳에 가기를....

 

음.... 약간의 차이가 있군 가시기를, 가기를....

누군 반말이고 누군 높임말이냐?

그렇다면 앞으론 가기를... 로 통일해야 겠다...-_-;

 

바늘로 고기 찌르는 낚시를 하다보니 이제 뭇 생명이 죽어 가는 것도 예사롭지 않은 척하게 되었다.

예전엔 무척이나 냉혈이었던 것 같은데,

그동안 나로 인해 죽어간 녀석들의 더운 피가 나를 뎁히는 모양이다.

이 대목에서 늘 하는 얘기지만,

나는 육식을 즐기고, 회도 잘 먹고, 육회도 좋아한다.

그래도 그렇게 먹기 전에 '가기를....' 을 되뇔 수 있으니

많이 상태가 좋아 졌나 부다...-_-;

 

이젠, 누군가 나를 우적우적 씹고 있을 때,

그나 혹은 또 다른 누군가가 '부디 좋은 곳에 가기를.....' 을 빌어주기를 빌어도 될래나?

그간 생활과 낚시를 돌이켜 보면,

아마도 아직까지는 나부터 많이 빌어야 할 것 같다.

 

낚시에서 나의 실수로 혹은 욕심으로 지금 이 시간에도 죽어가는 고기 뿐만 아니라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엄지로 지그시 누르는 바퀴벌레 한 마리나,

휴지로 대충 모아서 창밖으로 내 던지는 개미 떼들에게도

이젠 부디 좋은 곳에 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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