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       고기 낚는 맛,


 

고기 먹는 맛을 어느 정도 포기한 나로서는

고기 낚는 맛에 집착할 수 밖엔 없는데,

이것 또한 조금씩 변해 가는 듯 하다.

 

예전엔 힘찬 고기, 그리고 큰 고기를 바늘에 걸고

녀석들이 당기는 맛에 즐거워 했었다.

녀석들의 놀라운 힘에 나도 등 달아

으랏차차...!! 를 외치며 힘자랑을 해댔다.

팔목이 뻐근하고 어깨가 뻐근하면 음, 오랜만에 시원하게 낚시 한 번 했네

라고 생각 했었다.

 

그 다음에는 낚시는 낚시지, 소와 씨름해대는 격투기가 아니기 때문에

고기를 낚시꾼 맘대로 다뤄서 달리게 하고, 점프하게 하고, 뛰어 다니게 만드는

재미를 즐겼다. 물론 내가 그랬다기 보다 지가 스스로 하는 모습을 즐겼다.

가느다란 채찍으로 맹수를 조련하듯 가느다란 낚시줄 하나로

성난 고기를 이리 저리 달래서 내 맘대로 끌어 오는 맛 또한 꽤나 상쾌한 일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쩐지 고기가 물어서 당기고 달리는 일이 별로 유쾌하지 않다.

물고 당기는 고기는 쉽지 않은 일임을 이제야 알았기 때문이겠지.

고기를 걸었을 때 보다, 고기를 잽싸게 당겨와서 바늘을 뽑고 얼굴 한번 들여다 보는 일,

그리고 다시 놓아주는 고기가 어슬렁 거리며, 다시 물 속으로 헤엄쳐 가는 모습이

더욱 중요한 즐거움이다.

놓아주는 즐거움이라기 보다는 가까이서 고기를 직접 구경하는 것이 즐거움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짧은 시간의 아쉬움보다는

가끔은 고기를 바늘에 꿰지 않고도 가까이 불러서 노는 것만 구경해봤으면 할 때도 있다.

얼굴도 보고, 몸매도 보고, 지느러미 가시 하나, 점 하나 찬찬히 구경하고,

그 생김 생김에 감탄한다. 조물주가 만드신 것 중에 아름답지 않은 것이 있으랴 마는,

스스로 낚시꾼인 탓에 군더더기하나 없는 고기의 모습과 생활은 감탄 그 자체이다.

그리고 물에서 거침없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모습은

드디어 나를 자유롭게 만든다.....

 

크으~다란 수족관이 있고 친하게 지내고 싶은 고기들을 함께 담아 둘 수 있으면

굳이 새벽길을 멀리 다니며, 밤샘 운전을 해가며 녀석들을 보러 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라고 고민한 적이 많지만,

자연 속에 그대로 있는 녀석들만이 진정한 내 즐거움일 듯 해서 다시 접었다.

 

앞서 말한 그런 즐거움을 누리려면 누구처럼 밥만 먹이는 낚시를 해야 되지 않을까?

언젠가 나중에 플라이 대를 어깨에 매고도 일자바늘을 준비해서

파리나 메뚜기를 한 가득 미끼통에 담고 다니더라도

나는 나를 이해 할테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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