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조황 정보
어느 낚시잡지나 낚시관련 웹사이트를 뒤져보면 꼭 안 빠지는 것이 조황정보이다.
그만큼 낚시꾼들이 관심있는 것이 조황정보이다.
어느 저수지에서 관고기가 터졌다더라, 어느 계류에 몇 십센티 급이 잡혔다더라,
어디는 쿨러를 채운다더라, 그도 저도 아니면 입질은 심심찮게 온다더라는 소식만 들려도
그 담주 휴일에는 알려진 자리에 저마다 부푼 가슴을 안고 천리를 달려온 낚시꾼들로 가득 차게 된다.
뭐, 나두 마찬가지다. 간혹 유료낚시터를 가게 되는 날이면, 며칠 전부터 어디가 좋을까?
각종 PC통신과 웹사이트를 누비며 그나마 조황이 좋은 곳을 찾게 된다.
확률은 항상 낮은 편이다. 평소에 소식이 없던 곳이 갑자기 조황이 좋아진다면 그게 오래가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벌써 꾼들이 설쳐 절단을 낸 경우도 많다.
그래도 가끔은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뜨릴 수 있기 때문에 혹은 믿을 곳이라곤 거기 밖에 없기에
낚시꾼들은 기를 쓰고 조황정보를 뒤지게 된다.
왜냐면 다들 손맛에 굶주린 불쌍한 낚시꾼들이기 때문이다. 아.. 물론 나도 포함이다.
연세가 드신 고색창연한 선배 낚시꾼들을 뵈면 가끔 듣는 말씀이 있다.
"예전에는 안 이랬는데, 큰고기도 많고, 던지만 물고....."
확실히 이 땅과 이 물에는 고기가 많이 줄었나 보다. 아님 낚시꾼들이 늘었던지.
하지만 아무리 초보이고, 형편없는 실력을 가진 낚시꾼도 어쩐 일인지 자연의 조화로
많은 고기를 잡는 날이 있다. 그렇다고 만족하느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니다.
다음 낚시에는 더 많이 잡아야지, 더 큰고기를 잡아 봐야지, 무슨무슨 고기를 잡아 봐야지,
심지어 무슨무슨 채비로 잡아 봐야지 하는 욕심이 늘게 된다.
모든 것에 대한 끊임없는 욕심은 인간의 본성인지도 모르겠다.
많이 잡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어부는 많이 잡아도 되고, 낚시꾼이 많이 잡는 것은 악덕일까?"
"과연 낚시꾼이 잡아낸다고 고기씨가 마를까?"
"진짜 많이 잡으면 좋나?"
사실 많이 잡으면 처치 곤란일 때가 더욱 많다. 이웃에 나눠 줘도, 집의 연못에 넣어도,
다듬어서 냉장고에 넣어도 객적다.
플라이 낚시를 하면서 잡은 고기를 풀어 줘도,
낚시대를 접는 그 순간까지 마지막 한 마리를 더 잡았으면 하는 것이 낚시꾼의 마음이었다.
단지 사람의 욕심이 끊임없이 잡게 만드는 것이다.
욕심을 이겨 볼려구 노력하지만 늘 내겐 어렵다.
남들에게도 이겨서 적게 잡고 만족하라고 얘기하고 싶지도 않다. 어차피 못 잡는 날이 더 많으니까.
다만 날 이길 수 있는 것은 고기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 때였다.
계속 잡혀 올라와서 아프게 낚시바늘을 빼주면 잠시 휘청거리다가 겨우 정신차려서
사라지는 녀석들을 보면 어느 순간엔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곤 이젠 그만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안해 하는 걸론 부족하겠지만, 그게 어딘가!?...
오늘 점심 때, 시간이 남아 들린 서점에서 낚시잡지를 잠시 보았다.
벌써 10월호.... 한강 모모다리 공사장에 떼 강준치가 터졌다는 소식이다.
오호... 하는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탄성과 함께 페이지를 넘겼다.
하지만 화보사진을 보고는 곧 얼굴이 찡그려졌다.
화면 가득히 수 십마리는 될 것 같은 강준치를 꿰미에 가득 꿰어서 자랑스럽게 들고 있는......
으..... 내 친구들이........